지금은 딸바보, 아들바보의 시대다. 옛날에도 그랬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훨씬 더하다.
오늘도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아이가 장난을 치다가 문을 닫는 바람에, 내가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끼였다. 물론 센서 때문에 금방 다시 열렸지만 말이다.
이에 아버지는 아이보고 왜 닫기 누르냐고 말했고, 엄마는 애가 안 그랬다며 바로 감싼다. 그런데 나는 애기가 버튼을 누르는 걸 분명히 봤다.
물론 나는 따지지도 않고 괜찮다고만 말했다.
피해본 나에 대한 사과는 차치하고서라도, 진짜로 자식을 위한다면 올바른 의식 확립을 위해 혼내거나 정확하게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
뭐 이 사건 정도는 그래도 양식있는 부모라면 아이를 혼내는 게 맞다고 여길 것이다.
하지만 양식없는 부모가 꽤 많다.
특히 본인이 혼내도 남이 혼내는 꼴은 절대 못 본다.
부모들의 의식이 기본적으로 내 아이는 나만 혼낼 수 있다는 의식이 가득 담겨있고(마치 내 소유인 것처럼), 그 대신 내가 자식에게 다 퍼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처럼 어려 있다.
얼마 전 또다른 일이 있었다.
비싼 고깃집에 갔는데, 애기를 동반한 가족이 와 있었다. 애기는 자기가 먹는 게 뭔지도 모른 채 휴대폰 게임에 열중이었다.
당연히 먹는 것에 대한 가치를 알기 어려운 나이였다.
하지만 부모의 벌이가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경험을 많이 한 아이가 자라면 어떻게 될까?
극소수의 아이를 제외하면 20대에도 30대에도 쉽게 그렇게 비싼 고기를 먹기는 힘들 것이다.
성인이 되면 독립해야 한다. 그런데 독립해서 살아가려면 이제 성이 안 찰 것이다. 20만원짜리 외식이 아니라 5만원 짜리 외식도 고민하고 해야할 테니까.
이런 상황에서 노동을 하고 돈을 벌어도 20만원 짜리 고기를 소비하려면 무척 힘들 것이다. 그럼 이 아이는 그때 과연 행복을 느낄까 불행을 느낄까?
과거에 쉽게 20만원짜리 비싼 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행복할까?
아니면, 과거에 20만원짜리 비싼 고기를 먹었지만, 지금은 5만원 짜리밖에 못먹으니까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아마도 지금의 20대들이 겪는 문제가 이런 문제일 듯하다.
스스로 돈을 열심히 벌어도 부모님과 같이 살 때만큼의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부모님과는 비교적 쉽게 비싼 여행지에도 가고, 많은 외식을 했지만, 그들 스스로 혹은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는 그렇게 해 주지 못한다.
물론 부모나 아이가 죽을 때까지 책임 져준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보통은 부모가 먼저 세상을 떠난다.
자식은 스스로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인생을 불행하다고 느낄 확률이 높다.
그렇지 않으려면? 자식이 스스로 성취할 정도는 남겨둬야 한다.
무조건 퍼주는 게 아니라, 예고편 정도만 보여주는 게 오히려 낫다.
지금 부모들이 아이일 때는 ‘공부’가 그러했다. 그때의 부모가 학업을 못했으니, 자식에게 자신을 투영해 공부를 열심히 시켰다.
하지만, 지금의 부모는 자신이 못했던 ‘경험’을 그 자식에게 투영하고 있다.
그럼으로써 자식들은 부모가 물려 준 ‘가상의 경쟁자’와 싸우느라 힘겨워 하고 있다.
내가 자식이 없어서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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