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백한 푸른 점 ‘을 생각해보며

칼 세이건의 ‘ 창백한 푸른 점 ‘과 나는 인연이 깊다.

나는 어릴 때 과학자를 꿈꾸던 아이였고,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진학은 못 했지만, 당시 아이의 작은 머리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 속에 파묻혀 상대성 이론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과학 공부를 하면서 다양한 학자들과 마주했다. 그 중 칼 세이건은 특별했다.

칼 세이건은 냉철하고 실험, 계산으로 이루어지는 과학 이야기를 마치 문학처럼 이야기하는 과학계의 음유시인이었다.

가난했던 학창 시절을 뒤로 하고, 경제적으로 안정되자 과학책을 하나씩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중 <창백한 푸른 점>은 꽤 일찍 구매했다. 팬심으로 이 창백한 푸른 점의 문구를 한국어로 녹음해서 영상으로 만들었다. 칼 세이건처럼 멋들어진 목소리는 아니지만, 난 그래도 성우 공부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녹음했다. 녹음 결과물로서는 매우 부족하지만, 특유의 분위기가 좋아서 샘플 영상으로 쓰고 있다.

우주는 거대하다. 나는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우주가 얼마나 거대한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주변에 과학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과 이야기해보면, 우주의 크기를 전혀 가늠 못 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듯하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400억 광년이라는 어마어마한 크기는 가늠하기 힘들지라도, 마치 사진처럼, 영화처럼 시각에 의해 직관적으로 이해할 방법을 칼 세이건이 찾아냈다.

끝없이 펼쳐진 암흑 속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보잘것없는 점 하나가 실은 우리가 사랑하고, 증오하고, 투쟁해 온 우리의 역사라는 사실을 사진 하나로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거대한 우주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가지는 의미는 먼지 티끌보다도 미약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렇게 먼지 하나하나도 결국 이 우주를 구성하는 일부이다. 우리의 움직임이 미약하지만, 운동으로 인한 파동은 아마도 우주가 끝날 때까지 그리고 우주 끝을 향해 퍼져나갈 것이다. 크기는 미약할지언정 나비효과처럼 먼지든 퀘이사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끊임없이 미치며, 우주 자체를 만들어나가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존재가 미약하다고 기죽지 않고, 우주의 구성원으로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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