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디오드라마가 많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지만, 최근의 변화도 매섭다. 웹툰 풍의 작품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라디오드라마 중 많이 보는 것은 아래와 같다.
- KBS무대 : 오리지널 대본, 단편(50분)
- 라디오극장 : 소설 원작, 장편(20분씩 한달 20~24편)
- 라디오 문학관 : 소설 원작, 단편(50분 1~2편)
개인적으로는 라디오극장을 가장 좋아한다. 장편이기 때문에 성우들의 연기도 작품에 충분히 녹아나는 것 같고, 유명한 소설의 원작이기 때문에 작품의 퀄리티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라디오극장은 계속 잘 듣지 못하고 있다.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져서가 아니다. 나하고 스타일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탐정 전일도는 명랑한 분위기가 신선해서 좋았는데, 2달 연작을 하면서, 2달째의 내용에 그렇게 흥미를 끌 만한 게 많이 부족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꿈으로 갈게가 듣기가 너무 어려워 5~6편만에 하차했다.
그런데, 나는 라이트한 소설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책을 적극적으로 읽게 된 계기가 판타지소설, 무협소설과 라이트노블때문이다.
다만 왜 라디오드라마에만 이토록 이러한 부분에 엄격해지는지 곰곰히 생각해 봤다.
첫째, 현실성과 멀어지는 작품은 꽤 집중을 요하는데, 라디오를 그렇게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
나는 주로 운동할 때나, 운전을 할 때 라디오드라마를 듣는다. 그렇지만 숨이 턱까지 차거나, 교통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꽤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상적인 내용이라면, 다소 흐름이 끊겨도 문맥상 이해가 가능하지만, 현실에서 멀어지는 내용일수록 이렇게 놓친 흐름이 이해에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놓쳐서 이해 한 되던 부분을 또 놓치고 하다보면 결국 지루해진다.
둘째, 이러한 감성을 느끼기엔 나이가 들었을 수도 있겠다.
웹툰 풍의 작품에는 일명 중2병 감성이 짙게 배여있다. 아무리 수재이고, 역사상 유래없는 능력자여도 결점없이 멋있는 척(?)하는 모습이 너무 비인간적이다. 그에 비해서 일상적인 라디오드라마에서의 능력자는 꽤 한계를 가지고 있고 다소 감정적인 부분도 있어서 인간적이다. (ex 부서진 여름 – 수인)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 -설령 그사람이 역사적인 위인일지라도- 그 사람은 한계가 뚜렷한 결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것도 꽤 많은 결점들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완전무결한 인격을 가진 사람의 모습이 그렇게 매력적이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러한 작품의 장점도 있다.
최근 게임, 웹툰 등의 녹음이 많아지면서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라디오나 광고의 비중이 줄고 있다.
그래서 라디오드라마 중심인 KBS 성우들이 전속 이후의 입장이 애매해졌다. 반면 대원방송 등의 애니메이션 방송국 성우는 전속 때도 특유의 캐릭터성을 입힌 포트폴리오를 많이 만들수 있기 때문에 몸값이 승승장구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웹툰 풍의 라이트한 소설을 기반으로 한 연기가 캐릭터성을 살릴 수 있으므로 분명 포트폴리오를 쌓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작업이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차라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다.
ott와 쇼츠의 시대에 tv도 아니고 라디오 자체가 지분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또 네이버나 대형 사이트들도 팟서비스를 운영하다가 거의 망한 느낌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예전보다는 훨씬 소수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 라디오가 계속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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